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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훈

10회 차: 기브 앤 테이크 

수업이 끝나는 10회 차에는 가치교환의 의미에서 좀 더 물질적인, 가시적인 교환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으면 하여 각각의 학생분들에게 <남들에게는 쓸모없지만 자신에겐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제출하도록 함. 

김현지

오래된 인형

2살 때부터 지니신 애착 인형이다. 귀여운 것 빼곤 특별한 것이 없다. 다른 이들에게 쓸모가 있어서 탈락이다.

만징거

할아버지 댁에서 가지고 와서 지금까지도 자기 전 만지시는 해묵은 잠옷이다. 너덜너덜하고 남들에게는 그냥 거적때기에 불과하지만 현지 님은 이것을 만지다가 자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신다. 어릴 때, 애정결핍으로부터 이 행위가 기인하신 것 같다고 하신다.

 

​숫자 감각 5

어릴 때부터 숫자 5에 집착하셨다고 하신다.양치하고 나서 5번 입을 헹구거나 재수 때는 이것을 '운'으로 연결시켜 자신만의 루틴이 되었다. 집착이자 징크스인데, 스스로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5에 자신의 삶이 맞춰지면 기분이 좋아지신다.

 

 ​3가지 중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만징거'를 가져간다고 알려드리며 '만징거'가 없는 일주일간 '만징거'에 비등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달라고 부탁드렸다. 다른 분들은 어떤 것들을 가져왔는지 예시로 설명드렸다.  

이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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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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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샵 명함

이 명함은 현제 님의 친형제같은 형들과 관련된 명함이다. 현제 님이 서울로 올라왔을 때, 본인을 챙겨주던 가장 친한 형 2명이 있었는데 이 명함은 그들이 운영하던 동묘의 구제 샵 '가르송'의 명함이다. 이제는 없어졌으며 그들도 이 명함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기에, 현제 씨가 가지고 있는 명함은 이것이 유일하다. 이는 현제 씨의 과거에 대한, 서울 상경에 대한 추억이자 소중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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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당시 헤어진 지 얼마 되지않았던 찬미 님은 거울 앞에서 눈물을 흘려 공병에 담아 가지고 오셨다. 돌려보냈다. 그녀의 감정은 소중하겠다만, 이 눈물들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라기 보단 그녀가 없애버리고 싶은 느낌이다.   

 

봉제인형

​눈물을 돌려보낸 후, 그녀는 이전에 자신과 관계가 있던 상대가 만들어준 수제 인형을 가져오셨다. 확실히 이전보단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가져오셨지만, 인형은 다른 이들에게 쓰임이 너무 분명하기에 돌려보냈다. 

손편지 더미

 그녀가 이번엔 자신이 알바를 했던 곳에서 직원들끼리 주고 받은 작은 쪽지, 손편지 더미를 가져오셨다.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옅볼 수 있는 언어들이 특징이었다. 이편지더미는 내가 제시한 과제에 충족한다고 보여 이를 가져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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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샤넬 립밤 

세훈 씨와 헤어진 그의 전 애인 X가 선물로 준 쓰다 만 립밤을 가지고 오셨다. 그는 이 립밤을 계속 써서 다 쓰신채로 이를 가져오셨다. 그는 이 명품 브랜드 립밤이 자신과 X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가 될 것 같아서 이를 가져오셨다고 하신다. 그가 한 말 중에 자기는 감히 이 립밤을 살 생각조차 못한다고 했던 것이 흥미로웠다. 재밌었던 것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학생 4명이 모인 뒤풀이 자리에서 이 립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립밤의 가격이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이라는 걸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세훈 씨가 "아 뭐야~"라고 하셨다. 다만 이 물건보다 좀 더 흥미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하나 더 생각해오라고 과제를 드렸다. 

 

XL사이즈 콘돔

콘돔을 가져오셨다. 생각보다 너무 뻔해서 돌려보냈다. 세훈 씨에게 진실된 무언가를 가져와달라고 했다. 그 와중에 사이즈가 XL이라 어이가 없다. 

 

윤세훈(자기 자신)

결국 마지막 수업에 세훈 님은 도저히 주제에 부합하는 것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시며 자신을 이 과제에 제출하셨다. 

나름의 고심한 흔적이 보이기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며, 반문했다. "제가 그럼 세훈 씨를 어떻게 쓸 줄 알고 그러세요?" 그는 스스로를 기꺼이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셨다. 당장 생각나는 그의 효용가치는 그를 직접적으로 작업을 설명하는 도슨트의 역할로서 사용하는 건데, 그는 똑똑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도슨트가 될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쓸모를, 자신의 1인분을 사회에 보이길 바랐다. 나는 이미 그가 1인분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난 그의 쓸모를 찾아주고 싶다. 가급적이면 최대한 거친 방식으로. 

-'만징거'를 가져간다고 하자 안 된다고 절망하셨다. 저번주에 말씀드린 것 같았는데 못 들었다고 하신다. 대화 내내 "안 돼..."를 외치셨다.​

 

-'만징거'가 없는 일주일 간 다크서클이 어깨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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